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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칼럼

FA와 Fallen Arch

포모스의 강상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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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야, 아직은 FA에 나가지 마라

게이야, 새벽이 되어도 연습실에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두절된 너를 기다리며 나는 지금 똥줄이 바짝바짝 타는 것을 느끼며 이 글을 싼다. 이 짧은 글을 마치기 전에 숙소에 돌아와 네가 유니폼을 입고 있기를 나는 바란다. 하루 종일 혀패를 까느라 수백수천수억개의 글을 싼 더쿠들도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

너는 재미도 없고 신명이 날 리도 없는 테테 프프 저저에 주눅 들려 노예만도 못한 돈까스 튀기던 시절과 팀플하던 시절을 거쳐서 겨우 개인리그에 출전하였다. 그러나 너의 승부에 대한 열정은 중심리그로 너의 시간을 옥죄고 규정 따위로 정신줄을 황폐하게 만들어버린 어른들의 제도보다 힘센 것이어서 너의 이름은 더쿠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지난번 이벤트 대회에서도 너는 먹튀들보다 훨씬 더 실력이 좋았다. 그리고 너는 5년을 버텨냈고 이제 FA 취득을 기다리고 있다. 최고액 입찰자에게 팔려나가는 것이나 계약을 거부하면 프로 자격이 박탈 된다는 기사를 매일같이 눈독 들여 읽고 있는 너의 눈치를 보면서 나는 사실 네가 그 문제를 외부에 어필하기를 바랐다. 아마도 할 수 없었던 이유은 임요환을 보면서 알 수 있었던 터이다.

더쿠들이 대신 난리를 쳐도 지지부진하던 어느 날, 너는 결국 너의 최후의 보루인 병역 문제를 강조하면서 콩군갈 방법을 찾고있다고 말했다. 더쿠들은 다만 무력하게 한숨을 쉴 뿐 어떠한 대안도 말해줄 수가 없었다. 네가 데뷔하자 별명을 붙여 주었으며 스막이 되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부활을 기다리던 내가 너에게 이 사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저 혀패의 어느 누가 FA 규정을 수정할 마음이 있겠는가. FA는 프로 선수들이 가장 기다리고 염원하던 자격이라고 말한들 병신같은 조항을 두고 그 말이 무슨 씨가 먹힐 것인가......

네가 다른 게이들과 어느 음습한 PC방이나 헤매면서 분노와 혼란의 벙커링과 5드론을 하고 있을 이 새벽에 나는 너의 후로게이로서 성인식과도 같은 FA 계약과정에서 저 혀패의 무능력과 몰상식함 그리고 이 판을 여전히 애들오락질로 여기는 그들의 자세가 너의 미래에 가한 상처와 모욕을 생각하면서 잠들지 못한다.

너에게 할 말은 아니다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면서 나는 너를 응원하던 시간 속에서 내가 치러야 했던 가혹한 설레발=천벌과 날이 밝도록 끝나지 않던 수많은 밤의 키배를 생각했다. 임요환을 까고빨고 이윤열을 까고빨고 박정석을 까고빨고 강민을 까고빨고 최연성을 까고빨고 마재윤을 까고빨고...... 밥 먹듯이 콩을 까면서 이 판에 대한 애정을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온 세월은 지금 견딜 수 없이 허망하다.

혀패를 까는 일은 올드비가 일반인이 되면 뉴비가 물려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한 더쿠인 올드비가 더쿠인 뉴비에게 넘겨주는 의무가 아니다. 그것은 이 판을 세운 셋 중 하나의 다리로서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러나 너의 그 울분에 찬 벙커링과 5드론을 보며 어느 더쿠가 당당할 수 있겠느냐. 게이야 나는 겨우 이렇게 말하려 한다. 혀패를 깐다는 것은 저 병신같은 혀패의 삽질 아래서 너를 지켜야만 하는 운명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이 판을 끝내지 않는 일이라고...... 너의 FA는 혀패의 비열함에 의하여 신성이 모독되었지만 송두리째 부정당해서는 안된다고......

너는 아직은 FA에 나가지 말아라. 초초하고 괴롭겠지만 더쿠를 믿고 기다리는 게이가 되거라. 네가 기다려야 할 더쿠들의 행동은 너와 너의 동료인 다른 게이들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비열한 혀패와 추잡한 구단을 엿먹이는 진정한 FA가 되어라.

...

원문은 김훈의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입니다.
http://www.sisapress.com/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8085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