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부기고 칼럼

가장 중요한건 선수를 사람으로 보느냐 물건으로 보느냐다

포모스의 흐음님입니다.

========================================================================================

이번 FA 사태를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규정을 만든 사람들이 FA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다는

거다. FA가 뭔가? 회사 조직인 구단에 비해 개인인 선수들이 더 좋은 여러가지 조건 (꼭 돈 뿐만이

아닌)에 따라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즉, 상대적으로 약자인 선수들을

위한 제도라는게 FA의 본질이다. (물론 팀이 원하는 선수를 정당한 댓가를 주고 데려올 수 있다는

부차적인 장점도 있지만 지금은 논외로 하기로 하자.)



하지만 지금의 FA는 어떠한가? 선수는 자기가 가고 싶은 팀. 가서 활약할 가능성이 더 높은 팀.

비단 연봉 뿐만이 아닌 다른 어떠한 계약 조건을 검토할 수조차 없이 오로지 가장 높은 몸값을 제시한

팀에 가야만 한다. 갈 수밖에 없다. 선수의 의사는 전혀 무시되어 버리는 것이다. 하다 못해 타

스포츠의 FA 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참고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물론, 돈을 많이 받는 팀에 가고 싶어하는 선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만약 그 팀에

정말 가기 싫다면? 선수 개인의 의사는 전혀 무시되고 그 팀에 갈 수밖에 없다. 또, 만약 자기가 가게

되는 팀에 같은 종족의 훨씬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자신이 가면 출전 기회조차 잡을 수 없는

팀이라면? 그 팀에 가야 하는 선수의 마음은 어떨까? 다른 팀에 가면 주전으로 충분히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선보이며 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선수가 그 팀에 있으므로 해서 단순히 연습상대밖에 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순간의 몇푼 안되는 돈 때문에 그 선수의 게이머 인생 전체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경우가 생길 것을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생각을 했던 것일까? 나같은 일개 무지렁이

촌부가 5분만 생각해도 나올 수 있는 선수의 피해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단 말인가? 앞에서 얘기햇듯

타 스포츠의 FA 제도 - 비록 그것도 해당 스포츠 팬들에게는 비난받는 것일지라도 - 참고조차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아니면 타 스포츠의 FA 제도를 참고를 하긴 했는데 일부러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도만

가져 오고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들은 의도적으로 빼버린 걸까?
 

아니면, 이 제도를 만든 사람들이 온 세상 사람들이 다들 자기들같이 돈이 인생의 전부이고 돈을

위해선 뭐든지 다 할꺼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겉보기에 선수를 위한 제도랍시고 만들어 놓았지만

실상은 선수가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갈 수 없게 만들어서 선수를 묶어두겠다는 족쇄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악법인가? 무슨 FA제도가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앞장서서 침해하느냐 말이다.



또한 이 제도의 문제는 제도가 시행된 이후에 발표된 제도라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제도가 그 제도가

시행된 중간에 아무런 동의 없이 '아, 사실은 이거야' 라고 추가 발표하는게 어딨냐 말이다. 한마디로

게임 도중에 룰을 바꾸는게 말이 되냐? 막말로 열심히 그레이트 스파이어 테크 올려서 패스트 가디언

준비하고 있는데 중간에 심판이 포즈 걸고 '이번 경기의 특별 룰은 가디언 뽑지 않는 것입니다.' 라고

하는 것과 똑같은 꼴 아닌가 말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거 법적으로 가면 무효가 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 뭐, 만든 사람들이야 "누가 여기서 우리한테 소송을 걸겠어? 괜찮아~ 감히 반항하면

이바닥에서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FA 제도는 취지도 잘못되었고, 제도 자체 또한 잘못되었으며, 시행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는 - 그러니까 제대로 된 부분이 하나도 없는 제도란 얘기다. 이스포츠 10년? 10년이나

되었다는게 아니라 '우리 생각하는건 열짤 수준이에염~' 이라고 자인하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