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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눈 칼럼

개인

 
0. FA에 앞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 있습니다. 현 FA 문제는 이에 비하면 파생한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1.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는 무엇을 하는 게임입니까? 상대를 엘리시킬 때까지 혹은 항복 선언을 받아낼 때까지 싸우는 전략시물레이션 게임입니다. 스타 프로게이머란 이를 돈 받고 하는 직업인을 말합니다. 대결 방식은 블리자드의 공식 대회였던 Ladder의 1대1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스타는 기본적으로 단체전을 할 필요가 없으며 1대1을 상정하고 맞춰진 게임입니다. 대표적인 단체전 리그인 '프로리그'조차 1대1을 중계합니다.


2. 스타는 99년부터 블리자드 저작물을 가지고서 개인 게이머와 이들의 대회를 개최하고 중계하는 방송사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전설적인 임요환과 온게임넷의 위영광 PD가 그 영웅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선수는 무소속일 수도 있으며 팀에 대한 자유로운 계약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는 형태의 프로스포츠였고 불안한 초창기였으므로 매니져 겸 감독이 주로 구성을 이뤘던 초기 협회는 안정적인 대기업 팀스폰을 받길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단체전 리그 '프로리그'와 '팀리그'가 2003년에 조촐하게 시작되었고 2004년부턴 기업 소속의 프로게임단이 연달아 창단하고 일정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가 탄생했습니다.


3. 2005년 2월 당시 SK텔레콤 소속이던 최연성은 계약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KTF와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는 이중계약 파문으로 번집니다. 6개월 뒤인 2005년 9월, 당시 팬택앤큐리텔 소속이던 이병민이 소속팀과의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KTF로 이적합니다. 원소속팀과 계약이 종료될 경우 선수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타는 개인 간의 경기에서 출발했고 그런 경기를 중계하는 리그였습니다.


4.이에 게임단 이사진의 모임으로 변한 협회는 2006년 3월에 종전 규약을 개정해 구단의 선수에 대한 보류권(팀에서 선수를 소유할 권리)을 인정하고, 이와 함께 스포츠에서 보류권과 짝을 이뤄야 하는 FA 자격 취득 요건, 적용 방법 등을 포함해 FA 제도 도입의 틀을 마련합니다. 선후를 오해해선 안됩니다. 개인 게이머들의 자유계약이었던 스타에 팀이 강제하는 소유권을 들여놓기 위해 FA를 짝패로 들여오고 주도적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스타에서 FA는 선수에게 시혜적인 조치가 아니라 본디 팀이 선수를 소유할 권리를 합법화하기 위한 제한 조치입니다. 덕분에 스타의 FA 제도에선 팀이 일반 수명인 5년 동안 선수를 소유하며 협상 결렬시의 원소속팀에 대한 보상권이 강력하지요. 방귀뀐 놈이 성내는 원리에 따라 단체 팀스포츠의 근거가 없는 만큼 제한 규정들은 더 독할 수밖에 없습니다.


5. 개인리그 예선 보이콧 등의 사건을 거치며 2007년에 프로리그 주5일제가 출범합니다. 협회에선 1대1 게임을 가지고 강제로 단체전 리그 형식을 중심으로 이 바닥을 개편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한국에서 스타의 시청률이 반 토막 나고 인기와 열기가 하락하기 시작하며 e스포츠 위기론까지 나오는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6. 2008년 3월 협회는 프로게이머 증가율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무소속 프로게이머 자격을 폐지 시킵니다. 당시 무소속게이머는 단 8명에 불과했고, 년간 협회의 커리지 매치와 드래프트를 통해 100 여명이 프로 자격증을 얻고 있었습니다. 현실을 보자면 게임단에 속하지 않으면 프로게이머가 아닌 구조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스타의 근간을 뒤집은 미친조항에 대한 조직적 저항과 법적 대응이 없던 관계로 선수는 일개 사유재산으로서 게임단이 그 소유권을 쥐게 됩니다.


7. 그렇게 해서 이 바닥의 주체인 선수 개인들의 모든 주체적 권리는 사라졌습니다. 스타는 개인리그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메이저리그라 불리며 스타 대부분의 이슈와 가치를 만드는 개인리그가 존속하고 있습니다. 팀 소속이냐 아니냐에 따라 각 개인들의 개인리그 출전에 제한을 주는 건 명백한 모순이자 침해에 해당합니다.


8. 최고 프로게이머인 이제동 조차 09년 FA 협상에서 상갓집 개 취급을 받고 은퇴위기가 거론되는 상황과 그런 상황을 선수들이 숨죽여 바라봐야 하는 건,  '바로 너에게 안정적인 돈을 준다.'라는 이유로 본래 가지고 있던 개인의 자유로운 계약권을 선수들이 의식적으로 지켜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이 권리를 유지했거나 최소한 무소속 프로게이머를 인정받고 개인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라도 있었다면 11 게임단의 구성체인 협회라 할지라도 일방적으로 불평등하고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규약을 강요하진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수들이 맘먹고 소송을 걸면 시정 가능한 FA 블합리는 스타판을 빙산으로 치면 일각이 수면에 드러난 사안일 뿐입니다.


9. 스타는 개인 간의 게임입니까. 아니면 단체 간의 게임입니까. 무엇이 이 바닥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무엇을 토대로 수익구조와 스폰과 리그를 만들고 꾸려야 하겠습니까. 거대한 새 이정표일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는 어떻겠습니까? 이대로 현 협회가 주도한다면 스타2가 나와 리그가 결성될 때 기존 팀 소속이 아닌 사람들은 참여 자체가 원천봉쇄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니 워크3 소속 게이머들의 크로스도 없을 겁니다. 또한 김동수씨처럼 스타선수로 활동하다 여러 이유로 중단한 선수가 스타2에 참여할 수도 없을 겁니다. 더 나아가서 세계대회 레벨에서 한국은 고립될 겁니다. 가능성이란 활기로 넘치는 시장을 독점적인 규제와 밥그릇 행정으로  스타1처럼 말라죽도록 만들 것입니다.



10. 이 바닥이 오래도록 오해하는 것과 달리, 생산적인 상품가치를 지닌 건 게임단이나 협회가 아니라 선수 그리고 선수의 경기입니다. 그리고 그 상품은 개인들의 경기로 만들어집니다. 본디 주체는 선수 개개인입니다. 돈을 주니까 경기하는 게 아니라 경기가 돈을 받을만 하니까 주는 것입니다. 스타의 경제적 미래는 대기업들이 적선을 얼마나 더 해주냐가 아니라 선수와 경기가 얼마나 사람을 끌어모으냐와 그 규모에 맞는 시장을 유지하냐는데 있습니다.


11.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e바닥의 모습이 바로 그러합니다. 더 늦기 전에 당신들의 권리를 찾으십시오. 개인 간의 게임에 맞는 선수 개개인들이 주축이 된 새 협회를 준비하고 개인 간의 게임에 맞는 수익구조를 가진 리그 모델과 스폰을 계획해 스타2라는 대홍수에 대비하십시오. 방주를 만들 수 있다면 약속의 무지개가 기다릴 것입니다.